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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화폐의 기능과 발달

by 선한 호랑이 2024.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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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폐의 기능

경제학에서 화폐를 어떻게 정의하고 화폐의 본질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데 대해서는 통일된 정설이 없습니다. 따라서 화폐의 기능을 먼저 정의하고 그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화폐라고 정의하는 것이 경제학의 관행입니다.

화폐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기능을 수행합니다.

첫째, 화폐는 일반적인 교환의 매개 수단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화폐가 없었던 원시사회에서 교환은 상품과 상품을 맞바꾸는 직접 교환, 즉 물물교환이었습니다. 물물교환이 지니는 가장 어려운 문제는 교환에 참여하는 쌍방의 욕구가 동시에 일치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쌀을 가지고 옷을 원하는 사람은 옷을 가지고 쌀을 원하는 사람과 만나야만 합니다. 이렇게 서로 원하는 바를 가진 사람끼리 동시에 만나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물교환의 불편은 화폐라는 매개 수단을 씀으로써 쉽게 해소됩니다. 가령 쌀을 가지고 옷을 원하는 갑과 옷을 가지고 구두를 원하는 을 두 사람이 있다고 해볼 때 갑은 우선 쌀을 원하는 다른 사람에게 쌀을 주고 화폐를 받은 다음, 이 화폐를 주고 을로부터 원하는 옷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을도 갑으로부터 받은 화폐를 가지고, 구두를 가진 다른 사람으로부터 구두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화폐라는 매개 수단을 쓰면 거래 쌍방의 욕구가 동시에 일치하지 않아도 교환이 쉽게 성립할 수 있게 되는데, 이러한 교환을 화폐적 교환 또는 간접 교환이라고 합니다.

둘째, 화폐는 회계의 단위 혹은 가치의 척도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화폐적 교환경제에서는 모든 상품의 가치가 화폐단위로 표시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든 상품의 가치를 쉽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A라는 상품의 가격이 500원이고 B라는 상품의 가격이 1,000원이라면 사람들은 BA보다 두 배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압니다. 이처럼 화폐는 모든 상품의 가치를 측정·비교할 수 있는 통일된 기준이 되기 때문에 상품거래의 표준이자 회계의 단위가 됩니다.

셋째, 화폐는 장래 지급의 표준으로서 기능을 수행합니다. 상품을 외상으로 사거나 돈을 빌리는 경우, 장래에 지불할 대가는 으레 화폐단위로 표시되기 때문에 화폐는 장래 지급의 표준이 되는 것입니다.

넷째, 화폐는 가치의 저장 수단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교환의 매개 수단으로 화폐를 받은 후 다른 물품을 매입할 때까지 보유하고 있을 때 화폐는 가치의 저장 수단이 되는 것입니다. 교환의 매개 수단과 회계의 단위 기능은 대부분 화폐만이 수행합니다. 그러나 가치의 저장 수단 기능은 화폐 외에 주식·채권·부동산 같은 자산들도 수행합니다. 화폐가 가치의 저장 수단의 기능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화폐의 가치가 안정적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화폐의 보유가 가치의 손실을 초래하여 가치의 저장 수단으로서 기능이 약해집니다.

화폐에 대한 정의는 화폐의 기능 중 어느 기능을 중요시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든 네 가지 기능 중 가장 본원적인 기능은 일반적인 교환의 매개 수단의 기능입니다. 모든 재화와 서비스가 화폐와 교환되기 때문에 재화와 서비스의 경제적 가치를 자연스럽게 화폐 액으로 표시하고 장래 지급의 표준도 되는 것입니다. 화폐가 일반적인 교환의 매개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것은 사람들이 일상의 모든 거래에서 화폐를 지불하고 지불받기를 꺼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교환의 매개 수단의 기능을 중시하여 화폐를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습니다.

화폐란 상품을 매매하고 채권·채무 관계를 청산하는 일상 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지불수단을 말합니다. 화폐에 특정한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든 그것이 일반적인 지불수단으로 통용되기만 하면 곧 화폐입니다.

 

2. 화폐의 형태와 발달

화폐의 종류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실로 다양합니다. 역사상 화폐는 크게 물품화폐금속화폐지폐예금화폐전자화폐 등의 형태로 발달하여 왔습니다. 물품화폐는 상품화폐라고도 하는 데 물물교환의 불편을 없애기 위하여 화폐로 쓰기로 한 물품을 말합니다. 물품화폐는 가장 일찍 발달한 화폐 형태로서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담배·소금·곡물·모피·가죽··은 등 여러 가지 물품들을 사용하였습니다. 물품화폐를 통한 교환은 물물교환에 비하여 크게 발달한 것이기는 하지만 운반·저장·분할·동질성 등에 많은 불편이 있었습니다. 이리하여 여러 가지 물품 중 내구성이 강하고 동질적이며 분할과 휴대의 편리성을 비교적 고루 갖춘 금·은과 같은 귀금속이 화폐로 선택되었는데, 이것이 금속화폐입니다.

물품화폐와 금속화폐의 특징은 상품으로서의 가치와 화폐로서의 가치가 같다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오늘날 사용되는 지폐는 소재 가치와 명목가치가 다릅니다. 지폐의 소재 가치는 종잇값과 인쇄비용 정도인데 명목가치는 화폐단위를 얼마든지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소재 가치의 수십 배 혹은 수백 배가 됩니다. 따라서 지폐를 찍어냄으로써 얻는 이익이 엄청납니다. 오늘날 모든 나라에서 정부 기관인 중앙은행이 지폐발권업무를 독점하면서 주조 이익도 독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화폐제도를 중앙은행제도라 합니다.

소재 가치가 큰 화폐와 작은 화폐가 똑같은 명목가치의 화폐로 동시에 통용될 때 소재 가치가 큰 화폐가 화폐 유통과정에서 사라지고 소재 가치가 작은 화폐만 통용됩니다. 이를 그레샴의 법칙(Gresham’s law)이라고 합니다. 지폐가 출현하자 그레샴의 법칙이 작용하여 금속화폐는 화폐 계에서 자취를 감추다시피 되었습니다. 소액의 거래에 보조적으로 사용되는 동전이 금속화폐의 명맥을 잇고 있을 뿐입니다.

지폐가 소재 가치보다 엄청나게 높은 명목가치로 통용되는 것은 지폐를 일반적인 지불수단으로 사용하도록 국가가 법으로 강제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법으로 강제통용력을 부여받아 통용되는 화폐를 법화라 합니다.

지폐는 종전의 다른 화폐들보다는 우월하지만, 내구성에 한계가 있고, 거액 거래 시에 휴대의 편리성·안정성 면에서 불완전하며 일정 금액 단위의 권종별로 발행되기 때문에 가분성 면에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예금화폐입니다. 예금화폐는 금융기관에 맡긴 예금을 기초로 발행되는 수표로서 이 수표 위에 금액을 자유롭게 기재하여 사용합니다. 예금화폐는 편리성을 추구하는 상거래 관습에 의하여 출현한 관습 화폐이지 법화는 아닙니다. 법화가 아니기 때문에 거래대금을 수표로 받는 것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수표는 소지자가 은행을 통하여 대금을 회수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발행자가 예금 잔고 없이 발행할 경우 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법화가 아니어서 통용 지역이 제한됩니다.

컴퓨터와 통신 기술이 발전하여 신용카드와 전자화폐가 등장함으로써 현금과 수표거래를 많은 부분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물건을 사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신용카드회사가 그 대금을 갚아 주고 나중에 대금에 이자를 덧붙여 받습니다. 신용카드회사라는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이 있음으로써 신용카드가 현금이나 수표 대신 지불수단 노릇을 하는 것입니다.

전자화폐는 IC 카드나 네트워크 장비 등과 같은 전자매체에 가치를 저장하여 지불수단으로 쓰는 것을 말합니다. 1990년대 말부터 선진국에서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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