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식의 경제학
경제학에서는 새로운 지식이 기존 지식 스톡에 추가되는 것을 기술 진보라고 봅니다. 기술 진보는 새 지식의 창출과 동일시하는 것입니다. 이때 지식은 체계화된 정보를 말합니다.
지식은 공공재에 준하는 것으로서 비경합성이라는 근본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과 같은 사적재는 내가 1개의 사과를 먹으면 다른 사람이 그 사과를 먹을 수 없다는 점에서 경합적입니다. 100사람이 하나씩 사과를 먹기 위해서는 100개의 사과가 생산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식은 한사람이 사용할 때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경합적입니다.
한 지역에서 녹색혁명을 일으킨 고생산성의 농업기술을 이용하는 게 다른 지역에서 똑같은 농업기술을 이용하는 데에 아무런 어려움을 주지 않습니다.
물론 지식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식은 대부분 경제재가 가지는 배제성을 부분적으로 가집니다. 특허권·저작권처럼 발명가에게 지식의 독점적 사용권을 부여된 경우도 많습니다. 배제성의 정도는 지식 자체의 성질과 재산권에 관한 경제 제도에 의존합니다. 그러나 기초과학지식이나 특허권의 유효기간이 지난 지식은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못하게 막을 수가 없습니다.
사과와 같은 경합적 상품은 수요가 있을 때마다 생산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식은 비경합적이기에 단 한 번만 생산하면 됩니다. 그런데 지식은 최초로 생산하는 데에는 흔히 큰 비용이 들어갑니다. 일단 최초로 생산되고 나면 그다음에 다시 생산하는 데에는 비용이 전혀 들어가지 않거나 거의 없는 비용이 들어갑니다.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평균비용이 낮아진다는 점에서 지식과 지식을 낳는 연구·개발에는 규모의 경제가 따릅니다. 규모의 경제는 불완전경쟁을 낳습니다. 불완전경쟁은 초과이윤을 낳습니다.
자본주의의 본질을 통찰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경제학자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기업가가 경제를 반전시키는 주역이고 혁신이 기업가의 핵심적인 역할이라고 규정하였습니다. 혁신은 신제품, 신생산 방식, 신시장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원자재를 사용하거나 경제 부문을 재조직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혁신을 위해 기업가가 관행에 안주하지 않고 창조적 파괴를 서슴지 않음으로써 자본주의가 역동적으로 발전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업가가 혁신에 힘쓰는 것은 혁신에 성공하면 초과이윤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슘페터는 과점기업들이 누리는 초과이윤은 혁신에 대한 보상이자 유인이라고 보았습니다.
현대경제학은 이윤을 슘페터처럼 기업가의 혁신에 대한 보상이자 기업활동에 따르게 마련인 위험부담에 대한 보상이라고 봅니다.
경쟁시장은 한계비용가격설정이 이루어지기에 자원배분이 효율적이지만 독점시장은 한계비용가격설정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독점시장뿐만 아니라 과점시장과 독점적 경쟁시장에서도 한계비용가격설정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입니다.
방대한 개발비용을 들여가며 연구·개발에 매진한다는 것은 그 성과물에 대해 특허권을 인정받고 한계비용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매겨 초과이윤을 누릴 수 있다는 전망 때문입니다. 만약 이런 전망이 없다면 기를 쓰고 연구·개발에 몰두하지 않을 것입니다. R&D 부문의 활성화와 기술 진보를 위해서는 한계비용가격설정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연구·개발에 의해 새로운 지식의 창출은 지식의 비경합성 때문에 두루두루 활용되면서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고, 또 다른 새 지식 창출의 디딤돌이 되어 인류 경제성장의 원천이 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가 잠재 GDP를 달성하고 나아가 잠재 GDP를 확충하는 방식으로 성장하는 것을 동태적 효율성이라 합니다. 동태적 효율성을 위해 새로운 발명과 발견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제품가격이 제품 한계비용보다 높도록 허용하는 것이 지식재산권입니다. 지식재산권은 인간의 지적창작물을 보호하는 재산권으로서 발명, 과학적 발견, 문학, 예술, 컴퓨터 프로그램 등의 지적 활동에서 생기는 권리를 말합니다. 시장경제에서 이윤은 중요한 유인 기제입니다. 초과이윤과 초과이윤을 가능케 하는 지식재산권은 시장경제가 체제경쟁에서 계획경제를 이긴 원동력입니다.
2. 인테넛경제학
디지털 혁명의 중심에 인터넷이 있습니다. 인터넷은 1969년 미국에서 군사적 상황에서의 통신수단으로 개발되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은 이제 인류의 생활방식을 바꾸는 엄청난 힘을 갖는 그 ‘어떤 것’이 되었습니다.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상거래뿐만 아니라 전자정부, 전자 교육, 전자보건 등 각 분야로 인터넷 산업의 확산과 비중도 매우 커졌습니다.
인터넷과 관련된 경제이론을 인터넷 경제학이라 합니다. 인터넷 경제학에 따르면 인터넷 시장은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일반 시장에 비교해 보면 여러 가지 특징을 갖습니다. 그중에서 중요한 네 가지만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일반 시장과 달리 시간적·장소적 제약을 받지 않으며 정보를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 거래비용이 크게 낮아진다는 점입니다. 기업은 자기 제품을 언제 어느 곳에 있거나 인터넷과 접속한 모든 사람에게 알릴 수 있고 직접 주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생산자와 직접 관계를 맺으며 자기 선호를 효율적으로 충족시켜 소비자주권을 누릴 수 있습니다. 같은 소비자끼리 중고품까지도 인터넷경매를 통해 거래가 가능합니다. 이 첫째 특징은 시장을 완전경쟁시장이나 경합시장으로 만듭니다.
둘째, 규모의 경제가 크게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소프트웨어, CD, 웹사이트와 같이 디지털화할 수 있는 상품을 정보재라 합니다. 인터넷 시장에서는 정보재가 폭넓게 거래됩니다. 정보재는 지식이 담겨 있는 상품입니다. 지식은 최초의 개발에 큰 비용이 들고 추가생산에 드는 비용은 0에 가깝기에 규모의 경제가 일어납니다. 이 특징은 정보재의 가격책정을 어렵게 만듭니다.
셋째, 사용자가 많을수록 가치가 증가하는 네트워크 외부효과가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네트워크 외부효과가 일어나는 재화의 예로는 팩스기와 전화를 들 수 있습니다. 예컨대 팩스는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을 때는 거의 쓸모가 없지만 사용자가 많을수록 효용이 늘어납니다. 마찬가지로 정보통신망이 커질수록 개별소비자가 더 많은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어 높은 효용을 누림으로써 시장가치가 높아집니다.
대규모의 네트워크는 다양한 보완재의 개발을 가져와 가입자에게 혜택을 줍니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되는 게 그 좋은 예입니다. 네트워크의 확대는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를 실현하여 소비자에게 다양한 상품을 싼 가격에 소비할 수 있도록 합니다.
넷째, 소비자가 다른 제품으로 쉽게 바꾸지 못하고 기존제품을 고수하는 잠김효과가 일어나기 쉽다는 점입니다. 컴퓨터를 구입하면 운영체제, 응용프로그램, 이용 매뉴얼 등의 보완재도 구입합니다. 다른 회사의 제품을 사면 이 보완재들이 쓸모없게 되고 새로운 보완재들을 또 사야 합니다. 이 이전 비용이 크기 때문에 기존제품을 고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넷째 특징은 시장을 독과점시장으로 만들도록 작용합니다.
인터넷 시장은 무수히 많은 기업과 소비자가 있고 기업의 자유로운 진입과 퇴거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경쟁시장의 특징을 가집니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 네트워크 외부효과, 잠김효과가 있다는 점에서는 독과점시장의 특징을 가집니다. 이 독과점시장의 특징으로 여러 가지 버전과 새로운 버전의 상품이 끊임없이 출현하고, 정보·통신·방송 등을 융합하는 통합상품이 출현합니다. 또한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과 기업 간 연합경쟁, 브랜드·디자인·소프트웨어와 같은 무형자산을 이용한 차별화 경쟁이 치열하게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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