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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비대칭 정보와 자원배분

by 선한 호랑이 2024.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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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정보의 특수한 경우로 비대칭정보가 있습니다. 비대칭정보란 한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현실 시장거래에 비대칭정보가 흔하게 있습니다. 중고차를 팔려고 하는 소유자는 사려고 하는 소비자보다 해당 차의 상태에 대해 훨씬 잘 알고 있습니다.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은 보험회사보다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훨씬 잘 알고 있습니다. 취업희망자는 회사보다 자기의 능력을 더 잘 알고 있습니다.

비대칭정보가 있을 때는 비록 경쟁시장이라 하더라도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시장균형이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시장균형이 성립하더라도 거래가 위축되어 시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됩니다. 비대칭정보가 시장의 실패를 초래할 수 있는 것입니다. 비대칭정보 아래에 경쟁시장이 시장의 실패를 보이는 것을 미국의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는 마비된 손(palsied hand)이라 불렀습니다.

 

1. 중고차 시장: 감추어진 특성과 역선택

중고차가 사고 팔리는 시장을 보면 이 시장에는 품질에 관한 비대칭정보가 있습니다. 판매자가 구매자보다 중고차의 문제점을 더 잘 알고 있다는 거입니다. 예컨대 2004년산 소나타 EF를 팔려고 내놓은 사람은 그 차의 특성을 잘 압니다. 그러나 그 특성/속성은 구매자에게 감추어져 있습니다. 구매자가 아는 것은 2004년산 소나타 EF의 평균 품질일 뿐 특정 차량의 품질은 아닙니다. 이 경우 구매자는 평균 품질에 따라 가격을 지불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평균 품질보다 좋은 중고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가격으로 차를 팔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구매자는 평균 품질보다 못한 불량 차를 비싸게 사게 됩니다. 이처럼 감추어진 특성이 있는 시장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상대방과 거래할 가능성이 높은 현상을 역선택 혹은 불리한 선택이라 합니다.

역선택은 좋은 품질의 상품을 시장에서 몰아냄으로써 시장기능이 위축되고 극단적으로는 시장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경쟁시장이더라도 역선택 때문에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중고차 시장과 역선택의 문제는 일찍이 미국의 경제학자 애컬로프(G. Akerlof)가 레몬시장(lemon market)이라는 이름으로 분석하여 알려졌습니다.

역선택에 따른 시장기능의 위축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가 고안될 수 있습니다. 먼저 우월한 정보를 가진 쪽에서 취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이 신호 발송입니다. 신호 발송이란 우월한 정보를 가진 쪽이 못 가진 쪽에게 자기의 감추어진 특성을 알리는 행위입니다. 예컨대 품질을 보장하거나 독자적인 브랜드·광고 등을 통해 명성을 쌓는 것이 그 예입니다.

정보가 없는 쪽에서 취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것으로는 선별과 자기 선택장치가 있습니다. 선별이란 상대방의 감추어진 특성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말합니다. 회사가 다양한 면접방식으로 예비 신입사원들을 테스트하는 것이 선별의 예입니다. 자기 선택장치란 정보가 없는 측에서 역선택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안해 내는 장치를 말합니다. 보험회사가 여러 가지 차별화된 보험상품들을 제공함으로써 보험 가입자들이 자기 특성에 맞게 스스로 보험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자기 선택장치의 예입니다.

정부도 역선택의 문제를 완화되도록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공인된 품질기준을 세워 이 기준을 충족시키는 제품에 대해 정부가 인정하는 증서를 줌으로써 소비자들이 제품의 감추어진 속성에 대해 알도록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KS마크나 한국소비자원의 품질인증 같은 것이 그 예입니다. 상품과 관련된 정보를 충분히, 그리고 정확하게 공개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것도 정부가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처럼 거래 쌍방과 정부가 다양한 보완책을 취할 수 있지만, 역선택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2. 주인-대리인 문제: 감추어진 행동과 도덕적 해이

많은 경제활동이 다양한 계약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계약 중에는 한쪽이 다른 쪽에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권한을 위임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 관계에서 권한을 위임하는 사람을 주인이라 부르고 위임받은 사람을 대리인이라고 부릅니다.

주인이 대리인에 대해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대리인이 계약을 충실히 이행하는지 감시·감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완전한 정보 아래에서 맺는 계약은 효율적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인이 대리인에 대해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주인은 자신을 위해 노력한 대가로 대리인에게 보상해 주어야 하는데 대리인이 과연 최선의 노력 또는 행동하는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인은 대리인의 감추어진 행동이나 감추어진 노력으로 인해 비대칭정보의 상황이 생깁니다. 이런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를 주인-대리인 문제라 부릅니다. 보험회사와 보험 가입자, 상점 주인과 종업원, 지주와 소작인, 기업의 주주와 전문경영자, 국민과 공무원 간에 주인-대리인 문제가 흔히 일어납니다.

화재보험회사와 보험 가입자 간의 관계를 보면 보험회사는 가입자가 최선을 다해 불조심한다는 전제하에 화재보험료와 보험금을 책정합니다. 그런데 일단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 가입자는 가입하기 전보다 불조심을 게을리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보험회사가 손실을 보상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같이 보험에 가입함으로써 가입 이전보다 사고 예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려는 성향을 도덕적 해이라 부릅니다.

주인-대리인 문제는 도덕적 해이와 비슷한 문제를 낳습니다. 상점 주인은 일정한 임금을 주면서 자기가 있든 없든 종업원이 열심히 일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종업원은 적당히 일하면서 시간만 때울 수 있습니다. 주주는 전문경영자에게 두둑한 봉급을 주면서 전문경영자가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기대합니다. 그러나 전문경영자는 자신의 사무실을 필요 이상으로 호화롭게 꾸미고 필요 이상으로 경비를 지출하는 등 주주 이익보다 자기 이익을 앞세우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처럼 대리인의 행동을 완전히 감독·감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리인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도덕적 해이는 흔히 일어나고 계약은 비효율적이기 마련입니다.

도덕적 해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대리인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유인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화재보험의 경우 보험 가입자도 어느 정도 위험을 부담하게 하는 공동보험, 상점 주인과 종업원, 주주와 전문경영자의 경우 고정급여에 덧붙여 성과급을 도입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그러나 유인을 제공하는 데에 비용이 들어갑니다. 도덕적 해이를 완전히 해결하고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이루는 최적 계약을 설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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