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장의 실패의 의의
자유시장경제에서 자원의 배분은 가격의 매개변수적 기능에 의해 소비자와 생산자들 간의 자발적인 교환과 경쟁을 통하여 이루어집니다. 모든 시장이 완전경쟁이면 자원배분이 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명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실상 몇 가지 숨은 가정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규모의 경제, 외부효과, 공공재 등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실경제에서는 대게 이것들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경제행위를 시장에만 맡기는 경우 자원배분이 효율적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는 혼합경제가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시장의 실패란 경제활동을 시장에 맡기는 경우 효율적인 자원배분이나 공평한 소득분배를 실현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이러한 시장 실패를 초래하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시장의 불완전성입니다. 시장의 불완전성은 시장이 독점, 과점, 독점적 경쟁 등으로 완전경쟁이 아닌 상태를 말합니다. 둘째는 시장의 불 완비성입니다. 시장의 불 완비성이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예컨대 사회가 어떤 재화를 원하는데도 그 재화가 원하는 만큼 생산되지 않거나 그 재화가 거래되는 시장이 없다면 시장이 불 완비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시장의 불 완비성을 초래하는 요인들로 외부효과, 공공재, 불확실성과 비대칭정보를 들 수 있다. 셋째는 시장이 완전경쟁인데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생기는 문제입니다. 불균등한 소득분배가 그 예입니다.
전통적으로는 시장의 불완전성과 불 완비성에 의해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을 시장의 실패로 정의하였습니다. 공평한 소득분배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도 넓은 의미 시장의 실패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정보의 개입을 정당화시키는 시장의 문제점을 시장의 실패로 총칭하기 때문입니다.
2. 시장의 실패 원인
1) 시장의 불완전성과 규모의 경제
시장이 완전경쟁이면 자원배분이 파레토최적이고, 독과점시장과 같은 불완전경쟁이면 일반적으로 자원배분이 파레토최적일 수 없습니다. 불완전경쟁은 시장의 기능이 명백하게 실패하는 이유가 됩니다.
규모에 대한 보수가 증가하는 경우는 생산의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평균비용이 계속해서 낮아짐으로써 완전경쟁이 무너집니다.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면 불완전경쟁시장이 출현하여 한계비용가격설정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낳는 것입니다.
2) 외부효과
완전경쟁시장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외부효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외부효과는 비록 완전경쟁시장이라 할지라도 존재할 수 있으며 외부효과가 존재하면 시장의 실패가 일어납니다.
외부효과란 어떤 경제활동과 관련하여 제3자에게 의도하지 않은 혜택이나 손해를 가져다주면서도 이에 대한 대가를 받지도 지불하지도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외부효과는 외부성이라고도 합니다. 외부효과가 그 이름을 얻게 된 이유는 제3자에게 끼친 혜택이나 손해는 성격상 시장에서 사고팔 수 없는 특징을 가졌기 때문에 시장의 외부에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시장의 테두리 밖에 존재하니까 가격이 형성되지도 않고 시장가격에 반영되지도 않습니다. 외부효과는 외부경제와 외부비경제로 구분됩니다. 다른 사람에게 의도하지 않은 혜택을 입히면서 이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게 외부경제 또는 양의 외부성이고, 다른 사람에게 의도하지 않은 손해를 입히고도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이 외부비경제 또는 음의 외부성입니다.
외부효과가 존재할 때 왜 시장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하는 이유는 외부효과가 존재할 때 사회적 관점에서 계산된 사회적 비용과 개인적 관점에서 계산된 사적 비용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자동차공장에서 배출하는 매연이나 폐수는 공기와 하천을 오염시킴으로써 자동차를 타지 않는 제3자에게도 손해를 끼칩니다. 따라서 자동차생산은 외부비경제를 낳습니다. 그러나 자동차생산기업이 한계비용을 계산할 때 공기 및 하천 오염 등으로 사회에 해를 끼치는 비용은 감안하지 않습니다. 즉 외부비경제와 관련된 비용은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때 자동차생산의 사회적 비용은 기업이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에 들어가는 사적 비용에다가 자동차생산으로 야기되는 오염을 제거하는 데 소요될 비용을 합한 것입니다. 기업은 사회적 비용이 아니라 이보다 적은 사적 비용을 기준으로 생산하기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제품을 생산하게 됩니다.
반대로 외부경제를 만드는 상품의 경우에는 사적 비용이 사회적 비용보다 많이 듭니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볼 때 더 많이 생산 필요에도 불구하고 높은 사적 비용에 근거하여 생산량을 결정하는 기업은 상품을 필요 이하로 적게 생산하고, 그 결과 가격은 불필요하게 높은 수준이 됩니다. 이 경우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여 당해 생산활동을 촉진하면 사회적으로 적정한 수준을 생산할 수 있게 됩니다.
3) 공공재
공공재란 보통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같은 공공기관에서 생산·공급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의미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공공재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아닙니다. 공공부문이 생산·공급하는 재화와 서비스 중에서 공공재가 아닌 것도 많습니다. 민간 부문이 생산·공급하는 것 중에서 공공재인 것도 많습니다.
공공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특성을 갖는 재화나 서비스입니다.
첫째 특성은 소비의 비경합성입니다. 이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소비할 수 있는 속성을 말합니다. 사과와 같은 사적재는 한 사람이 먹으면 다른 사람은 그 사과를 먹을 수 없다는 점에서 경합적입니다. 그러나 등대와 같은 공공재는 한배가 동시에 등대 불빛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경합적입니다.
둘째 특성은 소비의 비배제성입니다. 이는 대가를 치르지 않고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려고 하는 사람에 대해 소비를 못하게 할 수 없다는 속성을 뜻합니다. 사과는 값을 치르지 않는 사람은 먹을 수 없다는 점에서 배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파출소의 치안 활동은 방범료나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만 뺄 수 없다는 점에서 비배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상의 두 가지 특성을 갖는 재화와 서비스에는 등대·치안·국방·일기예보·무료 공원 등이 있습니다.
공공재가 존재할 때 시장의 실패가 발생하는 이유는 공공재가 가지고 있는 비경합성과 비배제성 때문입니다. 소비의 비경합성 때문에 한 사람을 더 소비에 참여시키는 데 따르는 한계비용은 0입니다. 따라서 한계비용가격설정에 따르면 가격이 0이어야 합니다. 이 경우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경쟁기업이 공공재를 생산할 유인이 없습니다. 설사 공공재에 양의 가격을 매기더라도 비배제성 때문에 가격을 지불하지 않는 사람을 제외할 수가 없습니다. 공공재에 대하여 대가를 지불하건 지불하지 않건 간에 소비 혜택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가격을 지불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즉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부담에 의해 생산된 공공재를 무료로 소비하는 무임승차자가 되려고 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장에 공공재의 공급을 맡길 때 아무도 공공재에 대한 진실한 선호를 표시하지 않기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양만큼 불가능하게 되어 시장의 실패가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공공재는 정부에 의해 적절히 공급될 수밖에 없으며 공급재의 비용 부담도 공권력을 통한 강제적 징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4) 불확실성과 비대칭정보
현실경제에는 불확실성이 많습니다. 소비자의 선호와 생산기술, 그리고 경제주체들의 예상 등에 불확실성이 지배하여 시장가격이 종잡을 수 없이 변한다면 효율적인 자원배분의 전제인 한계비용가격설정이 이루어지기 힘듭니다.
에로우(K. Arrow)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완벽한 보험이 제공되면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그러한 완벽한 보험시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거래 쌍방이 동일한 양의 정보를 가지기보다는 어느 한쪽이 더 많은 정보를 가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비대칭정보로 인해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보험시장은 불 완비되어 있습니다.
5) 소득분배의 불균등
시장경제에서의 소득분배는 생산요소의 소유량과 요소 가격에 의하여 결정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많은 자원, 가치가 큰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별 가치가 없는 자원을 그것도 조금밖에 못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따라서 소득분배에 관한 한 시장은 균등 분배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불균등은 시장이 비록 완전경쟁이라 하더라도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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