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분배는 불균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소득분배 불균등이 심화하는 경우 이것이 소득계층 간의 갈등으로 연결되어 사회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소득재분배를 통하여 이를 시정하고자 합니다. 소득재분배는 정부가 고소득층의 소득 일부를 저소득층에게 이전해 주는 것입니다. 사회과학계에서는 일찍부터 소득재분배 그 자체의 정당성에 관하여 여러 가지 견해가 개진되어 왔습니다. 공리주의·진보주의·자유주의가 그 대표적인 견해들입니다.
1. 공리주의
공리주의는 영국의 철학자 벤담(J. Bentham)과 경제학자 밀(J.S. Mill)이 주창한 것으로 정부는 사회구성원 전체의 효용이 극대화되도록 모든 정책을 입안·실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리주의에 따르면 소득에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에 고소득자의 소득 일부를 저소득자에게 이전해 주는 소득재분배는 사회 전체의 효용을 증대시킵니다. 소득의 한계효용이 체감한다는 것은 예컨대 동일한 10만원의 소득이 고소득자보다 저소득자에게 더 요긴하다는 것, 즉 10만원에 대한 저소득자의 효용이 고소득자의 효용보다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고소득자로부터 일정 금액을 저소득자에게 이전해 주는 경우 고소득자가 잃는 효용보다 저소득자가 얻는 효용이 크기 때문에 재분배는 사회 전체의 효용을 증대시킨다는 것입니다.
공리주의는 일견 사회구성원 모두의 소득이 균등해질 때까지 소득을 재분배하면 사회 전체의 효용이 극대화될 것임을 시사합니다. 소득의 격차가 존재하는 한 고소득자의 소득을 저소득자에게 이전해 주면 사회 전체의 효용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소득이 높다는 이유로 세금을 내게 하면 고소득자는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하여 일을 덜 하고자 할 것이고, 소득이 낮다는 이유로 보조하면 저소득자는 점점 더 일을 덜 하고자 할 것입니다. 동태적으로 볼 때 소득의 완전 균등화는 사회 전체의 효용 극대화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공리주의에 의하면 소득재분배는 재분배로 인한 사회 전체의 효용증가분이 재분배 과정에서 사회구성원들의 일하고자 하는 유인을 감퇴시켜 잃게 되는 사회 전체의 효용감소분과 같아지는 수준까지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 진보주의
진보주의는 미국의 철학자 롤즈(J. Rawls)가 주장한 견해로서 경제적으로 가장 불우한 사람에게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분배정의라고 주장합니다.
롤즈에 의하면 정의 원칙은 사회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버리고 합의한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사회구성원 모두 자신의 소득이 어떻게 실현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소득분배의 원칙을 마련한다고 해봅시다. 자신의 장래 소득이 상위수준일지, 중위 수준일지, 아니면 하위수준일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 경우 롤즈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기의 장래 소득이 최하위 수준이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최하위 소득수준을 높여 주는 것이 분배정의라는 입장을 갖습니다. 이것이 바로 정의 원칙에 입각한 소득분배의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앞에서 설명한 공리주의가 사회구성원 전체의 효용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극대화 원칙을 따르는 것이라면 진보주의는 최하위 소득계층의 소득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최소치의 극대화 원칙을 따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진보주의는 고소득자의 소득분배 완전 균등화는 사회 전체의 근로의욕을 감퇴시키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공리주의와 견해를 같이합니다. 다만 진보주의는 최하위 소득계층의 효용증대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공리주의보다 고소득자 소득의 일부를 저소득자에게 이전해 주는 소득재분배를 더 강하게 지지하고 있습니다.
3. 자유주의
앞에서 살펴본 공리주의와 진보주의는 모두 사회나 국가가 특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사회 전체의 소득을 자유롭게 재분배해도 무방하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노직(R. Nozick)에 의해 주장된 자유주의는 소득을 만들어 내는 것은 사회구성원이지 사회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가 구성원들의 소득을 강제로 재분배할 이유와 권리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노직에 의하면 소득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벌어들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소득을 벌어들이는 과정이 불공정할 경우(예컨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소득을 강제로 빼앗았을 때)에만 사회가 소득분배에 관여할 수 있을 뿐, 소득을 벌어들이는 과정이 공정하다면 그 결과가 아무리 불균등하더라도 사회는 이를 정의로운 분배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자유주의의 견해에 따르면 소득 형성의 기회 평등이 소득 형성의 결과 평등보다 중요합니다. 따라서 소득 형성의 기회가 보장되는 한 그 결과로 형성된 소득을 사회가 인위적으로 재분배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회 또는 정부는 다만 소득 형성의 기회를 평등하게 보장하기만 하면 됩니다.
4. 빈곤퇴치 및 복지 정책 수단
소득재분배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나친 소득분배불균등을 시정하여 사회적 안정을 기하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불안의 주요 원인이 되는 빈궁, 질병, 비행은 주로 빈곤계층에서 나타납니다. 따라서 경제가 발전할수록 빈곤을 퇴치하고 저소득층의 복지를 제고시키는 것은 사회의 주요 관심사가 됩니다. 빈곤퇴치 및 복지 정책은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그들의 소득을 보조해 주거나 그에 준하는 공공부조를 제공하는 것을 내용으로 합니다. 빈곤퇴치 및 복지 정책의 주요 수단으로는 사회보장제도와 최저임금제도 등이 있습니다.
사회보장제도의 2대 지주는 사회보험과 공적 부조이다. 사회보험은 국민이 각종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도록 정부가 지원해 주는 것입니다. 연로하여 더는 일할 수 없을 때(국민연금), 아플 때(건강보험), 실직할 때(고용보험), 생산 현장에서 다 칠 때(산재보험) 지원해 주는 4대 보험 혹은 1차 사회안전망이 있습니다. 공적부조는 정상적 생활 수준에서 낙오되었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사람을 도와주는 것입니다. 공적부조는 흔히 생활 보장, 청소년복지, 노인복지 등을 주요 부문별 사업의 대상으로 포함합니다. 부문별 사업은 복지대상자들의 교육, 최저수준의 소득 보장, 보건의료, 고용, 주거 문제 등을 중점내용으로 이루어집니다. 우리나라는 유력한 공적 부조의 수단으로 최하위 3% 가구에 대해 최저생계비를 보장해 주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2000년 10월부터 실시해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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