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란 무엇인가

1. 지역의 개념

지역의 개념 정의를 내리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경제적인 기준을 사용할 것인지, 행정적인 기준을 사용할 것인지 또는 역사적인 기준을 사용할 것인지 하는 것이 불분명한 사태에 있습니다. 지역의 개념 정의에서 자료의 획득이 용이하고 정책적인 고려의 대상이 된다는 측면에서 행정적 경계 기준이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연구의 목적에 따라서 다양한 기준이 이용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미국과 같이 대부분의 하위 국가계획이 대도시를 기준으로 집행되는 곳에서는 대도시를 기준으로, 지역이 나누어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 개별 국가의 도시화 수준에 따라서 지역의 수는 수십 개에서 수백 개까지 될 수 있습니다. 단지 이 경우에는 도시의 영향권 밖의 일정 영역들은 지역의 범주에서 빠지는 결과가 될 수 있고 공간상의 연결성 기준이 충족되기 어렵습니다. 한편 국가계획을 지역계획으로 분리하는 수단으로 지역이 사용되는 경우에는 대략 6개에서 15개 정도의 지역 수가 적절하고 공간상의 연결성 기준도 당연히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지역 간에 서로 중첩되는 협상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자만스키(Czamanski)는 흔히 유사하게 이용되는 다음 용어들의 유용한 분별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영역’은 2차원 공간상의 어떤 부분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시장영역의 개념은 특정 생산자의 산출물이 판매되는 지리적인 공간영역을 말합니다. ‘지대’는 주변의 공간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영역을 말합니다. 예컨대 비무장지대는 주변의 공간과 경계가 분명한 특징을 갖습니다. ‘지역’은 보다 엄밀한 용어로서 구조에 있어서 포괄적이고 독자적으로 기능을 할 수 있는 국가 경제 내의 한 영역을 의미합니다. 흔히 지역은 공통의 역사성을 갖고 있습니다.

 

2. 고전적인 지역구분

지역을 개념화하는 가장 고전적인 방법은 동질지역, 결절지역, 그리고 계획지역으로 구분하는 것입니다.

1) 동질지역

동질지역은 어떤 주요한 특성을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동질적입니다. 여기서 내부적인 차이나 지역 내의 상호작용은 중시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미국의 동절기 밀재배 지대는 특정 계절의 밀재배 지역을 기준으로 분류된 동질지역이며, 우리나라의 강원도 탄광 지대는 특정 지하자원을 기준으로 하여 분류된 동질지역입니다. 그런데 공유하는 특성은 소득수준이나 실업률과 같이 경제적일 수도 있고, 유사한 지형이나 기후같이 지리적일 수도 있고, 또는 공통의 역사적 배경이나 정치적 이념 등과 같이 사회정치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점은 어떤 기준에 의한 동질성이 또 다른 기준의 측면에서 보면 이질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2) 결절지역

결절지역은 기능적인 측면에서 공간상의 흐름. 접촉, 그리고 상호의존성을 고려하여 분류한 지역 개념입니다. 이 개념은 이질적인 공간경제의 속성 내지 공간적 차원을 중요한 것으로 다루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역 경제학자는 결절지역 개념을 선호합니다. 공간경제란 여러 가지 이질적인 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나 기능적으로는 상호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인구와 경제적 활동은 공간상에 고르게 분산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장소에 집적하게 됩니다. 그래서 중심 지역과 주변 지역이 형성되게 됩니다. 이와 같은 기능적인 연계성은 사람·생산요소·상품·정보의 흐름에 대한 관찰을 통하여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그 흐름의 강도는 결절 간의 견인력에 비례하고 거리에 반비례합니다. 따라서 중력모형이 결절지역을 분석하는 유용한 기법이 됩니다.

 

3) 계획지역

계획지역은 지역경제 내지 지역 정책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설정된 영역을 말합니다. 사회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설정된 영역을 말합니다. 사회주의 경제하에서는 국가 경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국토를 여러 개의 계획지역으로 구분합니다.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아니더라도 대개 기능별로 다양한 크기의 계획지역을 중복되는 형태로 여러 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국토종합개발 계획상에 권역별 개발계획이나 기능별 개발계획은 전형적인 계획지역의 예들입니다. 다양한 기능은 다양한 규모의 계획 단위가 필요하며, 계획지역의 적절한 규모는 계획기간의 길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개 넓은 지역일수록 장기 계획이 필요합니다. 계획지역을 이용하는 경우의 가장 큰 장점은 자료가 대게 행정적 단위로 수집되기 때문에 정책효과에 대한 평가가 보다 용이하고, 지역의 행정적인 구조는 정책집행을 보다 용이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단점은 지역의 행정적인 경계와 경제적인 경계가 불일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3. 지역과 국가의 차이

지역에 대한 개념 정의가 이같이 다양하고 불분명하기에 지역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와 같은 지역문제를 다루는 가장 적합한 도구나 방법이 무엇이며 어떻게 규명해 낼 것에 관하여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됩니다. 지역과 국가 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리차드슨(Richardson)은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첫째, 개방성의 정도에 있어서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국가 간에서보다 지역 간에 생산요소들이 보다 원활하게 움직입니다. 다만 일부 개발도상국의 경우에 있어서는 중심 지역과 국내의 타지역 간의 거래에 비해 중심 지역과 다른 국가 간의 거래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점은 논의의 초점이 지역인지 국가인지 하는 것보다 연결성의 정도에 관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국가 간에는 관세·수출입 물량 통제·이민 통제·환전 통제·수출입 면허, 그 외 기타 자본이동에 대한 직접적 통제 등이 부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은 점들은 요소 이동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한편 지역 간에는 개방이 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 간의 흐름을 기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달리 말하면 지역 간에는 기록메커니즘이 결여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바람직하지 못한 추세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흐름을 반전할 수 있는 정책을 집행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따라서 지역 성장은 불균형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지역 정책의 목표는 국가정책의 목표와 다릅니다. 인플레이션 통제나 경제의 안정화 목표는 지역 정책의 목표가 아닙니다. 지역 정책의 목표로는 대개 지역의 장기 경제성장이나 인구 및 산업활동의 지역 내 적절한 배치, 환경 질의 보존 등이 지적될 수 있습니다.

둘째, 국가적인 수준에서보다 지역적인 수준에서 장기 경제개발과 공공정책 간에 연계성이 훨씬 더 강합니다. 지역 정책결정자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도구가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정책결정자들은 지역산업단지의 조성, 지역 산업구조의 재편 등과 같이 흔히 지역경제의 장기적인 성취에 관심이 높습니다. 반면에 국가정책결정자들의 관심 대부분은 물가 억제 등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들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국가에 비해 지역의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훨씬 더 용이한 것도 사실입니다.

셋째, 지역경제의 분석에는 무엇보다도 공간적인 차원이 큰 의미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국가 경제에서는 종합적이고 거시경제적인 차원을 중시합니다. 지역경제에서 공간적인 변수를 명확하게 고려하는 것은 대단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런데 전체가 부분의 합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그리고 지역경제에 있어서 인구 및 산업활동의 공간적 분포가 전체적인 능률성에 영향을 미친다면, 왜 국가에는 그 영향이 중요하지 않은가가 의문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지역을 작은 국가로 취급하는 것은 그 양자 간에 존재하는 중요한 차이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