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역이기주의의 대두 배경
1) 정치·행정의 민주화
정치·행정의 민주화로 인하여 권력구조가 분권화됨에 따라 집단민원이 상대적으로 증가했으며 이는 사회의 기본 틀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여러 공공사업의 시행을 어렵게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과거 권위적인 정치·행정 체제하에서는 비록 정책이 지역 실정이나 지역주민의 이익과 상충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반발은 제한적이었으며 한시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치·행정이 민주화된 사회에서는 과거의 권위적인 해결 방법이 더 이상 용인되지 않으며, 그만큼 주민의 저항을 무마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2) 산업화의 진전과 시민의식의 부재
도시화가 급속히 이루어졌고 사회적 분화가 심화되었고 유동성이 제고됐지만 정신문화는 상대적으로 지체됨으로써 인간적 소외가 팽배하였고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었으며, 지역적 이해관계의 첨예한 대립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은 절차보다 결과를 더 중요시하는 가치체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국민은 자신의 국가 운영의 주인 노릇을 하는 시민사회를 열망하면서도 가치체계는 과거의 권위주의를 버리지 못하고 있으며 시민의식은 구축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3) 환경 의식의 증대
환경에 대한 국민 의식의 변화는 과거 개발지상주의하에서 전혀 문제시되지 않았던 필요불가결한 공공정책의 집행을 가로막는 지역이기주의로 전이되었습니다. 시민의 권리의식이 신장하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해 유발시설이나 환경 위해 시설 입지에 대한 오염을 제거하는 시설을 설치했음에도 입지 자체를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4) 행정의 대응력 부족
정치·행정의 지방화가 강조되고 국가나 지방공무원들에게 분권화된 관리방식의 필요성을 절감시키고는 있지만, 실제 행태나 정책수행은 아직 이런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인식상의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식적·제도적으로는 공개행정과 참여행정이 강조되고 있지만, 실제 이를 잘 운영하지 못함으로 인해 지역이기주의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지역이기주의가 발생하기 전에 공무원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였더라면 이를 막을 수도 있었으나 소극적으로 또는 형식적으로 대응하다가 과격한 집단 민원을 야기시키는 경우도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관계 공무원의 조정 능력 부족도 지역이기주의의 한 원인이며, 따라서 대화와 설득, 이해와 수용, 협상과 조정이 불가피한 행정적 수요가 지방행정 차원에서 많이 발생하게 될 것인데 이에 대한 행정의 대응력 향상이 요구됩니다.
2. 갈등과 지역이기주의의 개념
먼저 지역이기주의의 근간이 되는 갈등은 행동 주체 간의 대립적 내지 절대적 상호작용을 말하며 여기서 행동 주체는 개인이나 집단일 수도 있고 조직일 수도 있습니다. 갈등은 심리적 대립감과 대립적 행동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지역 정책의 갈등에서 가장 보편적인 현상은 혐오시설 조성 사업추진 과정에서 계획 주체인 정부와 지역 주민 간에 발생하는 대립적 내지는 절대적인 교호작용입니다. 갈등 개념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갈등은 둘 이상의 행위 주체(당사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최소한 행동 주체가 둘이 있어야 갈등이라는 상호작용의 한 양태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행동 주체는 개인이나 집단일 수도 있고 조직일 수도 있습니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집단과 조직, 개인과 조직은 서로 갈등을 야기시킬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둘째, 갈등은 행동 주체 간의 심리적 대립감과 적대적 행동을 내포하는 동태적 과정입니다. 갈등 관계는 서로 관련된 일련의 진행 단계에 의하여 형성된다고 말할 수 있는데, 일련의 진행 단계란 ①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형성되는 단계, ②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에 지각하는 단계, ③ 당사자가 갈등 상황을 지각하고 긴장·불안·적개심 등을 느끼는 단계, ④ 대립적 내지 적대적 행동을 표면화하는 단계 등입니다. 이러한 각 단계는 언제나 끝까지 진행되는 것은 물론 아니며, 어느 한 단계에서 중단될 수도 있습니다.
셋째, 갈등은 외부로 나타나는, 즉 표면화되는 대립적 행동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한 대립적 행동이 표출되지 않더라도 당사자들이 갈등 상황을 지각하고, 긴장·불안·적개심 등을 느끼면 벌써 갈등이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지각하지 못하는 갈등 상황의 존재는 갈등이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넷째, 갈등의 진행 과정에서 표면화되는 대립적 행동에는 싸움이나 파괴와 같은 폭력적 행동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양태가 매우 다양합니다. 가벼운 의문이나 이견을 말하는 것과 같은 최저의 수준에서부터 상대방을 파멸시키려는 극단적인 수준에 이르기까지 강약이 다양할 수 있습니다.
한편 지역이기주의란 산업사회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삶의 질’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가 다양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동체적 이익과 발전을 생각하기보다는 지역주민 자신들만의 이익을 집단적인 힘을 통하여 관철하려는 것입니다. 지역이기주의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라고도 불리며 내가 거주하고 있는 동네, 내가 속해 있는 지역 내에는 혐오시설을 절대로 자리 잡게 할 수 없다는 사회적 증후군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혐오시설이란 핵발전소·쓰레기 매립장·공항·교도소·공해 배출공장 등 지역주민에게 고통과 공포를 주며, 지가 하락 등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유발하는 시설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은 지역주민이 원치 않는다고 해서 불필요한 시설은 아니며 어느 곳에라도 자리 잡게 해야만 하는 생활 필수시설들입니다. 지역이기주의가 팽배하게 되면 이는 결국 계획 주체와 대상 지역 주민들 간에 갈등 양상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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